엔화 급락에 미국도 움직였다…미·일, 15년 만에 환율 방어 공조

미국과 일본이 가파른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함께 뛰어들었다. 양국이 공동으로 환율 방어에 나선 것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15년 만이다.
일본 재무당국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협력해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펀더멘털과 비교해 지나치게 빠르게 움직이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다는 판단이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공동 개입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일본이 엔화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국이 지원에 나섰다는 취지로 설명하며, 양국의 협력이 세계 경제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미국 재무부와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시장 변동이 다시 확대될 경우 추가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필요하다면 양국이 다시 행동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 9월 발표된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의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환율 수준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단기간에 과도하게 확대된 엔화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추가 개입에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FIMA 레포’ 활용이 거론되고 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일본은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시장에 직접 매각하지 않고 담보로 제공해 연준에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이 대규모 미 국채 매도에 따른 채권시장 충격을 피하면서도 외환시장에 투입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향후 엔화 약세가 다시 심해질 경우 양국이 후속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안전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입은 과거 사례와 방향이 정반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2011년에는 대지진 이후 엔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자 엔화를 팔아 강세를 억제했다. 반면 이번에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엔화를 매입했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약세 방어를 목적으로 공동 개입한 것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발성 대응으로 보기보다 엔화 가치와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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