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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의 무이자 전환사채, 이자 0%로 자금을 조달하는 원리

읽는 시간 약 8분

기업이 돈을 빌리는데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이자가 없다면, 돈을 내는 투자자는 무엇을 얻을까.

무이자 전환사채에서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그 역할을 한다. 투자자는 당장의 이자수익 대신 기업의 주가가 상승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함께 받는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이런 방식의 자금조달이 주목받고 있다. 서버와 데이터센터 등에 먼저 큰돈을 투입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정기적인 이자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표면금리가 0%라는 사실과 자금조달 비용이 전혀 없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전환 조건과 만기 상환 의무, 주식 수 증가 가능성까지 살펴야 전체 구조가 보인다.

1. 8개월 발행액이 지난해 연간 규모에 근접했다

2026년 9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가 집계한 글로벌 무이자 전환사채 발행액은 연초 이후 약 720억 달러였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2025년 연간 발행액 730억 달러에 8개월 만에 근접한 것이다.

구분무이자 전환사채 발행 규모
2025년 연간약 730억 달러
2026년 연초부터 8개월간약 720억 달러

보도 당시 전체 전환사채 발행액 가운데 무이자 상품의 비중은 약 41%로 소개됐다.

여기서 ‘역대 최대’는 당시 이미 연간 기록을 넘어섰다는 의미가 아니다. 발행 속도를 고려할 때 연말까지 기존 기록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사에서는 AI 관련 기업의 대규모 투자 수요와 높은 주가 변동성을 발행 증가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과 주식 전환권을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2. 투자자는 이자 대신 주식 전환권의 가치를 본다

전환사채는 정해진 조건에 따라 발행 기업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일반적인 채권의 상환 구조에 주식 전환권이 더해져 있다.

무이자 전환사채는 이 가운데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표면이자가 0%인 상품이다.

단순한 예로, 투자금액이 1,000만 원이고 전환가격이 주당 5만 원인 계약을 생각해보자. 다른 조건을 제외하면 200주로 전환할 수 있다.

주가가 7만 원이 됐을 때 200주의 가치는 1,400만 원이다. 투자자가 이자를 받지 않더라도 주식 전환을 통해 이익을 얻을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전환 가능 시점과 결제 방식, 비용 등을 단순화한 예시다. 실제 계약은 주식 또는 현금으로 정산하는 조건 등을 별도로 둘 수 있다.

투자자는 현금 이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채권과 주식 전환권을 합친 가치를 평가한다.

반대로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낮게 머물면 전환권의 매력이 줄어든다. 이때는 발행 기업이 계약에 따라 돈을 갚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채권이라는 이름만으로 상환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3. 주가 변동성이 높으면 전환권의 가치가 커질 수 있다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권은 주가가 상승할 때 행사할 수 있는 선택권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주가가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을수록 이 권리의 가치가 커질 수 있다.

주가가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반드시 주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리한 방향으로 충분히 상승하면 전환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전환권을 높게 평가하면 발행 기업은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이자를 낮추면서도 자금을 모집할 여지가 생긴다.

기사에서 AI 기업의 높은 주가 변동성이 무이자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으로 언급된 이유다.

다만 변동성이 높다는 말은 주가가 오를 가능성만 크다는 뜻이 아니다. 하락 폭도 커질 수 있으며, 기업의 신용 상태가 나빠지면 채권 부분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전환권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와 원금 회수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변동성 하나만으로 전환사채 전체의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4. 기업은 이자 부담을 줄이는 대신 다른 의무를 남긴다

AI 인프라 사업은 투자와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에 차이가 있다. 서버와 전력설비를 먼저 확보한 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매출을 얻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이자 지출이 적으면 시설 구축과 사업 운영에 사용할 현금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만기까지 주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에 따른 상환 부담이 남는다. 주가 상승을 기대해 자금을 조달했더라도, 상환 시점에는 충분한 현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식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고려할 부분이 있다. 신주를 발행하는 구조라면 전체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지분율 감소가 곧바로 같은 비율의 주가 하락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가치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도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한 표면이자가 0%여도 발행가격과 상환금액의 차이, 발행 수수료 등에 따라 실제 조달 비용은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이 줄이는 것은 당장의 정기 이자 지출이며, 상환과 전환에 따른 부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5. 캡트콜은 일정 범위의 전환 부담을 줄이는 별도 계약이다

전환사채 발행과 함께 등장하는 구조가 ‘캡트콜’이다. 발행 기업이 금융회사와 체결하는 옵션 계약으로, 일정한 주가 범위에서 전환에 따른 주식 희석이나 현금 지급 부담을 줄이는 데 활용된다.

이 구조는 금융회사가 대주주 개인에게 지분 감소분을 직접 보상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부정확하다. 일반적으로 계약의 주체와 정산의 상대방은 전환사채를 발행한 회사다.

주가가 정해진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발행 기업이 계약에 따라 현금이나 주식 등을 받아 전환 부담의 일부를 상쇄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름에 들어간 ‘캡’처럼 효과에는 상한이 있다. 주가가 그 수준을 넘어 계속 상승한다고 계약의 보호 효과도 무한히 커지지는 않는다.

캡트콜을 체결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회사가 옵션 프리미엄을 지급하면 조달한 자금 가운데 실제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다음 두 가지를 나누어 이해해야 한다.

  • 전환사채의 전환권: 채권 투자자가 가진 권리로, 채권의 발행 조건에 영향을 준다.
  • 캡트콜 계약: 발행 기업이 전환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별도로 마련하는 구조다.

캡트콜이 있다고 해서 전환사채의 표면금리가 자동으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전환사채 조건과 옵션 계약을 함께 놓고 전체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6. 무이자 조달의 성과는 자금을 사용한 뒤에 드러난다

무이자 전환사채를 발행했다는 소식은 기업이 자금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그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까지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구축한 시설이 고객 매출로 연결되는지, 운영비를 지급한 뒤 현금이 남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계약 측면에서는 만기와 전환가격, 조기상환 조건, 결제 방식이 중요하다. 캡트콜을 활용했다면 비용과 적용 범위도 전체 자금조달 구조의 일부다.

기업이 충분한 현금을 벌어들이면 만기 상환에 대응할 여력이 생긴다. 사업가치가 커져 주식 전환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부채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투자 회수가 늦어지면 새로운 자금조달이 필요해질 가능성도 있다.

무이자 전환사채는 현재의 현금 지출을 줄이고 미래의 주가와 사업 성과에 자금조달 조건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자 0%라는 숫자 뒤에는 그 미래를 누가, 어떤 조건으로 부담하는지에 대한 계약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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